예전 해운대 노보텔 앰버서더 자리에는 이제 그랜드 조선 부산이 오픈했다. 리노베이션을 한 깔끔한 그랜드 조선 부산은 다음에 숙박하기로 하고, 근처에 갈 일이 있어 대신 호텔 안 스타벅스를 방문했다.
원래도 해운대에는 스타벅스가 많고 각 지점마다 최선을 다해 해운대 바다를 바라보고 있기에 반드시 그랜드 조선 부산점을 방문해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름 해운대 바다 정중앙에 위치한 그랜드 조선 부산점의 위치적 장점을 생각해볼 때, 해운대 뷰맛집이라고는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봤는데 역시나다.
로비에 입장해서 오른쪽편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스타벅스 입구가 보인다. 좌석은 안쪽까지 쭈욱 이어져 있는데, 창가 좌석은 다 바다를 향하고 있어서 바다를 마음껏 누리고 싶은 손님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숙박객은 조식 뷔페를 먹을 시간이라 덜 붐비겠지 싶어서 아침에 찾아갔는데 생각보다 창가 자리 경쟁률은 치열했다. 뒷편의 소파자리에서 앉아 커피를 즐기면서 기다리다가 이제 가야겠다 싶을 때쯤 창가 자리에 빈자리가 생겨서 사진도 찍고 앉아서 바다도 즐겼다.
방문한 날은 아쉽게도 날씨가 좀 흐렸다. 하지만 창가에 다가서니 푸른 잔디밭과 소나무가 바다와 함께 보여 좋았다. 흐린 하늘 아래 백사장으로 조금씩 다가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멍 때리니 답답했던 기분이 파도와 함께 씻겨내려가는 듯 시원해지는 것 같다.
비록 주차가 안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스타벅스 홈페이지 공지 참고), 굳이 그랜드 조선 부산에 머물지 않아도 그 전망을 비슷하게 누릴 수 있는 가성비 뷰맛집으로 스타벅스 그랜드 조선 부산점을 추천한다.
경주 순두부가 맛있다고 하는데 특별히 찾아서 먹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 방문 때는 순두부 맛집을 여러 군데 미리 알아놓았다. 그 중 <송정원 순두부>를 선택한 이유는 하루에 약 4시간 반, 점심 시간만 운영하고 마친다는 공지 때문이었다. 경험상 이런 곳들은 대체로 2가지 이유 중 하나 때문에 영업 시간이 짧다. 사장님이 큰 욕심이 없으시거나, 음식에 자신이 있으시거나, 또는 둘 다 이거나. 그리고 가끔, 전혀 예상치 못하게 그냥 배짱 장사를 하는 곳이 있는데, 이건 흔치 않은 경우니 논외로 한다.
먼저 <송정원 순두부>의 위치는 조금 애매하다. 불국사 근처 맛집으로 뜨지만 차로 7~10분 거리이고, 정작 거리로 들어서면 전원 주택가에 들어온 느낌이다. 그래서 음식점이 나올 때까지 혹시 인터넷에 업데이트가 안 되서 예전 주소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었다. 그러다 눈에 띄인 <송정원 순두부>는 아름답게 가꿔놓은 마당이 있는 2층 벽돌집이었는데 1층은 식당 2층은 가정집으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1층이 식당이라고 해도 방과 거실, 주방이 있는 구조는 일반 가정집과 같다.
게장 메뉴도 맛있는지 앉아 계신 손님들이 먹고 계신 걸 봤다. 이번엔 순두부를 먹으러 왔으니 옛날 순두부와 해물 순두부 정식을 시켰다. 매일 아침에 하루에 팔 두부를 직접 제조한다고 하시는데 그래서인지 늦게 가면 순두부 메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입구에는 그날만든 비지를 손님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었는데, 나올 때 깜빡하고 그냥 나왔다.
순두부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온 반찬 가짓수에 놀랐다. 넉넉하게 약 20여가지의 반찬이 정갈하게 담겨져 나왔는데 반찬들이 맛있다며 권하는 사장님에게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반찬은 정말 말씀 그대로 하나하나 참 맛있어서 정식 코스만 있어도 될 것 같았다. 거기에 옛날순두부는 고소하게, 해물순두부는 칼칼하게 맛을 더해주는데, 이렇게 맛있는 걸 정성스레 대접 받는 느낌의 식사가 얼마만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참 기뻤다. 그래서였나. 반찬을 하나하나 먹다보니 싹싹 깨끗하게 비운 빈 그릇이 한쪽에 잔뜩 쌓였다.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는 나의 메세지가 주방에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면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디저트로 식혜가 있는데, 마치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해주신 듯한 달달하고 진한 맛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여기에 나왔던 음식들, 손 맛이 가득 들은 그 맛들은 마치 시골에서 친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같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마음이 꾹꾹 눌러 담겨진, 그런 그리움이 느껴져서 다음 경주 방문 때도 꼭 찾아갈 계획이다.
경주 라한셀렉트 호텔 객실도 소개했고, 더 플레이트 조식과 마켓 338 포장 메뉴 후기도 남겼으니, 이제 1~2층의 부대시설을 소개해볼까 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사람이 많이 밀집하는 위험한 곳들은 운영을 하고 있지 않는 곳도 있었고,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해도 스스로 조심하기 위해 일부러 방문하지 않았다. 다행히 대부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각 장소를 방문했을 때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잠시나마 마음이 놓였었다.
1층 포토 뮤지엄 경주 나인
1층 복도 끝에 자리한(마켓338 반대편이다) 포토 뮤지엄 경주나인은 객실 카드키를 찍어야 들어갈 수 있어서 투숙객 전용 공간으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체크아웃 전에 방문을 했는데, 각 섹션을 나누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놔서 마치 미니 사진관 같았다. 포토뮤지엄이란 이름이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이런 곳을 너무 짧은 시간 방문해서 아쉬웠다. 배경이 대략 10여가지+a로 예쁜 곳도 있고, 경주 관광 명소도 있고, 힙한 느낌 나는 재밌는 곳도 있어서 다양함을 즐길 수 있었다. 나처럼 뒤늦게 방문하지 말고, 가능하면 여유롭게, 그리고 배경에 어울리는 소품이나 옷을 미리 준비해서 마치 모델처럼 한껏 즐기며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1층 그로서리 샵 (& 베이커리)
그로서리에는 다양한 물품을 판다. 간식으로 빵을 사먹거나 기념일 케이크를 살만한 베이커리도 있고, 와인도 갖춰놨다. 과자, 초콜렛 같은 간식거리와 다양한 음료수와 주류도 있는데, 일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도 간혹 있지만, 라한셀렉트만의 브랜드도 아니면서 대부분 독특하다. 마치 디자이너 브랜드들만 모아둔 편집샵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경주 또는 한국을 기념할만한 기념품도 파는데 이름, 디자인, 아이디어 등이 독특해서 구경해볼만 하다. 예를 들면 김유신 페일에일, 첨성대 에일 같은 것, 시크혜오늘, 우렁이쌀 같은 것 말이다.
1층 북카페
프론트 데스크 옆에 위치한 작은 북카페 위치는 아담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들어섰는데, 안에서 깊게 이어진 북카페의 규모에 깜짝 놀랐다. 게다가 호숫가를 바라볼 수 있어서 전망도 좋다. 복도식 양 옆으로 책과 여러 가지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들어서면 책으로 둘러싸인 큰 공간이 나온다.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있고, 피아노도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좀 더 안 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도 따로 있다. 원래는 이 쪽 출입구도 이용 가능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인지 정문만 출입 가능하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는 게 불가능해서 잠시 잠깐 들렀는데, 잘 꾸며진 북카페를 거닐기만해도 힐링이었다. 다음엔 좀 더 여유롭게, 차도 마시면서 즐기고 싶은 곳이었다.
2층 갤러리 : 김정대 작가 전시
2층은 1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간이 협소한 느낌이 드는데 아마 지하 1층에서부터 이어지는 15m 높이의 큰 창 때문에 중간 공간이 비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건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공간감이 살아있어서 좋은 것 같다.
여튼 소품샵 옆 길을 따라 김정대 작가 작품 전시를 하고 있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뒤로 전시회를 안 갔는데, 오픈된 공간에서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익살스런 표정과 몸짓을 보고 있자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곳에도 신경을 쓴 게 느껴져서,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성공적인 호캉스를 보냈던 것 같다.
경북 삼성 영덕연수원 힐링여행, 마지막으로 연수원 편의시설과 주변을 산책하며 얻은 풍경을 나눠보고자 한다. 안타깝지만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몇몇 편의시설은 이용 불가였다. 예를 들면, 헬스장, 사우나도 미운영이었고, 칠보산 가는 산책로도 공사중이었다. 게다가 함께 모여서 하는 요가 클래스도 있다고 들었는데, 요샌 각 객실에서 영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카페 더 블루 (The Blue) & 편의점
식당에선 커피를 제공하지 않기에 식사 후엔 자연스럽게 카페 더 블루 (The Blue)로 향하게 된다. 오전에 약 1시간 가량 브레이크 타임이 있으니 시간을 잘 알아둬서 커피 타임을 놓치지 말자. 바로 옆에는 무인 편의점이 있어서 간식과 생필품을 살 수 있다.
(실내) 북 카페
북 카페가 입구부터 아기자기하게 이뻤는데, 특히 계단을 보는 순간 너무 내 취향이라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이런 곳에서 뒹굴뒹굴 뛰놀며 책을 읽고 하늘을 바라보면 없던 상상력도 뛰쳐나올 것 같다. 진심으로 집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놓고 싶어졌다.
세미나실
세미나실은 아마 임직원 교육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가족 여행객은 특별히 사용할 일이 없지만 혹시 초청 공연 같은 걸 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소리가 적절하게 잘 울리는 것 같아서 그랜드 피아노 소리도 듣고 싶었고.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도 시원스러워서 (혹시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결혼식장을 가보셨다면, 분수대가 보이는 풍경과 비슷하다고 상상하시면 될 것 같다) 여기만 바라봐도 좋겠다 싶었다.
야외 도서관 & 텃밭 & 족욕장
연수원 출입구 가까이에는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족욕장과 야외 도서관이 있다. 족욕장 옆엔 지압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발의 피로를 풀기 좋지만, 생각보다 아프니 마음 단단히 먹고 걸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야외 도서관은 원래 잠궈두는지, 아니면 클래스가 있을 때만 열어두는지 잘 모르겠지만, 안이 어떨지 궁금한 비주얼이었다. 텃밭은 이 추위에도 무언가 자라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썬베드에 앉아있으니, 생각보다 양지 바른 곳이어서 멍 때리고 잠들기 참 좋았다.
경북 영덕까지 갔으니 당연히 '영덕 대게'를 먹긴 먹었지만,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가능한한 외식을 자제하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실내에서 취사는 불가능하기에 연수원 카페테리아가 거의 유일한 대안이었다. 마침 삼성 영덕연수원에서는 조식뿐만 아니라 석식도 미리 신청하면 먹을 수 있다고 들어서 2박 3일동안 총 4끼(조식 2번, 석식 2번)를 먹었던 후기를 남겨본다.
사회적 거리두기 & 위생
영덕연수원에 입장할 때도 그랬는데, 식당은 더더욱 철저하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위생에 신경쓰는 듯 했다. 가족 단위로 줄을 서는데 바닥에 스티커를 붙여 거리 2m를 지키게 했고, 한 사람씩 발열 체크를 해야 입장 가능하고, 입장 시부터 위생장갑을 껴야한다. 식사할 때는 미착용해도 되지만, 음식을 가지러 갈 때는 무조건 위생장갑을 껴야해서 테이블마다 위생장갑이 구비되어 있다. 식사 자리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2개당 한 가족씩만 앉게 해서 가족끼리 대화하기도, 식사하기도 편했다.
가격
조식의 경우 1박당 기본 2인 무료 제공이고 추가는 인당 5천원이다.
석식은 내가 방문했을 땐 코로나 때문인지 총 25팀정도만 신청을 받고 있었고, 인당 6천원씩이었다. 그 외에 스페셜 메뉴 3가지가 있다. 모두 현장에서 결제하면 된다.
조식
기본적으로 뷔페식인데 한식 메뉴와 양식 메뉴가 적절히 섞여있는데 상대적으로 양식 메뉴가 조금 부실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일단 빵 종류가 식빵과 모닝빵 2가지, 시리얼도 2가지인데 2번을 먹어본 결과, 매일매일 종류가 변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달이 바뀌면 변할 수도 있지만 그건 논외로 하기로 하자). 그리고 치명적인 단점, 커피를 제공하지 않는다. 식당 맞은편에 카페가 있으니 사서 먹으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모닝 커피가 없으니 더욱 더 양식 조식이 안 넘어가는 듯 했다.
반면에 한식 조식은 국 종류, 주반찬(고기 종류), 나물반찬이 매일 바뀌어서 좋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조식이든 석식이든 돼지고기 메뉴는 고기 잡내가 조금 나는 편이었다. 내가 돼지고기엔 조금 예민한 편이라서 더 그럴수도 있는데, 나처럼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차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다.
한식 조식 메뉴의 시그니쳐는 매일 제공하는 숭늉인 것 같다. 어찌나 구수한지, 아침에 따뜻한 숭늉 한잔 마시면 속이 훅 풀리는 느낌이다. 커피 대신 숭늉을 음미하며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하는 기분이, 영덕연수원과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석식
석식은 원래 1끼만 먹으려다가 외식 자제를 위해 2끼를 신청했는데 결과적으론 잘한 것 같다. 영덕영수원 이 산 속에 위치해 있어서 뭔가를 사먹으려면 나가야하 하는데다가 (배달 음식은 시도해보지 않았다) 시골이라서 음식점도 일찍 영업을 마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해가 긴 여름이면 조금 아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을/겨울엔 해가 일찍 지니까 주변 관광을 하고 들어와서 저녁 먹는 일정이 딱 적당했던 것 같다.
첫 끼는 기본 뷔페 메뉴만 먹고 두번째엔 스페셜 메뉴도 추가해서 먹었다. 스페셜 메뉴는 뷔페를 기본으로 결제하고 추가로 결제 가능한 메뉴들인데 삼겹살(2인분 기본), 돈까스, 새우튀김 3종류이다. 한정수량이라서 6시 10분쯤 저녁을 먹으러 가자마자 주문을 했는데, 내가 주문했을 때 주문 번호가 6번이었다. 뷔페로 양이 충분했던지 예상보다 적은 사람이 스페셜 메뉴를 시켰던 것 같다. 언제 여길 다시 오겠나 싶어서 원래 3개를 다 시켜보려고 했는데 점심에 대게를 너무 많이 먹었던지라 돈까스와 새우튀김만 추가했다.
새우튀김은 통통한 새우가 들어가 씹히는 맛이 있었고, 돈까스는 똑같은 튀김인데도 불구하고 고기가 상대적으로 퍽퍽해서인지 별로였던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새우튀김만 시켜먹을 것 같다. 그 외에 석식 뷔페는 조식보다 반찬 가짓수가 몇 개 더 많다. 영덕에 특별히 맛집 탐방을 하지 않는다면 영덕연수원 석식도 가성비 좋은 식사로 괜찮은 것 같다.
일전에 영도에서 부산항대교 야경을 잘 볼 수 있었던 루프탑 카페 <신기카페>를 소개했었다. 다만 요새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라 카페 안에 머물 수 없고 음료 포장만 가능하니까 방문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대신 다른 장소를 추천한다 (부산도 15일부터 2.5단계 적용했는데, 그 전 2단계부터 카페내 취식은 불가했다).
이번에 추천할 야경 명소는 <신기카페> 근처로 차로 약 2분, 도보로도 약 5분 거리에 있는 <청학배수지 전망대>이다. 늦은 밤까지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가 깜깜한 공터를 지나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잔디밭 공터가 있는데 종종 운동하시는 마을 주민 분들도 계신 듯 하다. 그리고 왼편의 몇 계단을 올라서면 전망대의 말과 농부 조각상이 보이는데, 조각상 근처는 조명을 켜두어서 밤에도 꽤 밝은 편이다. 이런 곳에 왠 말과 농부 조각상인가 싶어 읽어보니 예전 삼국시대 때 절영도였던 이 곳에 명마가 유명했다는 유래가 소개되어있다. 그리고 영도가 고구마의 첫 시배지였던 것을 기념하여 세운 농부의 조각상이었다. 부산 한켠의 작은 섬인 줄 알았는데,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신기하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사방이 뻥 뚫려서 <신기카페> 루프탑에서 느꼈던 안타까움을 단순에 날려버릴 수 있다. 산도 보이고 바다도 보이고 다리도 보이고 고가도로도 보이고 건너편 아파트도 보이고 그 사이의 바닷길을 유유히 흐르는 배도 보인다. 보고 있으니, 부산항대교를 비추는 빛이 변한다. 파랗다가, 빨갛다가, 노랗다가... 변하는 색깔에 따라 부산도 다르게 보인다.
대신 안에서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서 겨울에 춥다. 산이니까 아무래도 기온도 더 낮은 듯 하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더 춥게 느껴진다. 그래도 요새 같은 때라면 차가운 바람을 쐬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야외가 좋을 것 같다.
경북 영덕에 위치한 삼성 인력개발원 영덕 연수원은 평소에는 삼성 임직원들의 교육 장소로 쓰이다가 주말에는 숙박시설로 오픈을 하는데 삼성 임직원 찬스를 써야만 가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 이후에는 집합 교육이 없어져서인지 한동안 띄엄띄엄 운영하다가 최근에는 임직원 가족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기준이 직계 가족정도로 축소되어서 갈 수 있는 기회가 더 줄어들었다. 참고로 대구·경북지역이 코로나로 병상이 위험했을 때 삼성에서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곳이기도 한데, 경증 환자가 치료받고 요영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가진 곳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무쪼록 이 사태가 어서 지나가서 나도 다시 방문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좋은 곳을 경험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생각보다 멀었던 경북 영덕
부산을 하도 자주 다녀서 지도상로 보기엔 부산보다 가까운 '경북'이니 금방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일정상 가족과 함께 차량 이동을 하지 못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어야 했는데, 영덕까지 버스로 4시간 30분을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금요일이라 막힐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포항까지 KTX로, 그리고 포항에서 동해선 무궁화호로 환승했다. 다행히 KTX가 포항에 도착하는 시간을 감안해서 영덕행 출발 시간이 정해진 것 같았다. 바다를 볼 수 있는 라인이라고 들었는데, 저녁 시간이라 칠흑같이 어두운 풍경만이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다음엔 밝은 날 올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환승 시간에 포항역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역내 식당을 미리 검색 해놨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7시 언저리에 도착했는데 이미 마감했다. 결국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었는데 의외로 꿀맛이었던 것 같다.
역시 관리의 삼성!
삼성 영덕연수원은 시작부터 "역시 관리의 삼성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체크인 전에 발열, 기침, 인후통 여부 등 건강 상태를 묻는 문자를 성실하게 대답해야하고, 산 속에 위치한 영덕 연수원 근처의 마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초입부터 차량 속도를 서행하게 안내한다 (기억에 20Km/h 또는 25km/h 정도였던 것 같다). 입구에 도착하면 호텔처럼 직원 분들이 나와서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열을 잰다. 그리고 도착한 로비. 내부가 참으로 군더더기없이 깔끔했다. 맨 마지막 사진 왼쪽으로 가면 사우나와 헬스장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데, 코로나때문에 미운영이기도 하고, 직원 분이 서 계셔서 사진은 찍지 않았다.
룸 타입 : G동, 온돌방 & 침대방 (방 2개 , 화장실 2개, 간이 주방 2개, 테라스 2개)
체크인할 때 룸 타입 선택을 할 수 있는데 온돌방이 있는 곳을 골랐더니 G동 1층을 배정해주었다. 테라스 풍경을 보니 주차장뷰.. 안 그래도 아쉬운데 1층이라 더 아쉽다. 얼핏 G동만 온돌방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침대방만 있는 곳으로 선택하면 더 많은 선택권이 있는 것 같았다. G동이 조식 먹는 건물과도 가깝기도 하고 아이들이나 부모님과 함께라면 온돌방이 편하기도 하지만, 만약 뷰가 중요하다면 적어도 G동의 고층, 또는 침대방이 있는 다른 동을 추천한다.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화장실이 있다. 비누, 수건, 드라이기, 휴지가 구비되어있고 바디워시인가가 있었던거 같은데, 왠만하면 샤워용품은 집에서 챙겨가는 게 나을 것 같다. 변기엔 비데, 샤워실에 간이 의자가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나름 요긴하게 썼다. 다른 방의 화장실도 똑같은 구조이다. 2박 3일동안 사용해보니 왠만한 호텔보다 수압도 세고 환기도 잘 되어서 쾌적하게 잘 사용했다.
객실을 둘러보니까 호텔로 치면 일종의 커넥티드 룸 (Connected Room) 형태로 데칼코마니처럼 구조는 똑같다. 공간을 분리하는 구역은 문이라기보다 일종의 가벽 느낌인데, TV소음이나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고함 소리나 아이 울음 소리 등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을까 조금 의문이 들긴 했다 (굳이 시도해보진 않았다).
각 방에는 TV, 가습기, 전화기, 티슈, 전등, 공기청정기, 에어컨이 구비되어 있고 각 방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주방에는 인덕션과 후드가 있었으나 실질적인 취사는 불가능하고 커피포트와 개수대가 있다. 각 테라스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 2개와 테이블이 있었다.
2박 3일동안 내가 침대방을 사용했는데, 침대가 무척 푹신하고 침구도 호텔마냥 깔끔하게 잘 정리 되어 있어서 푹 잘 쉬었다. 공기도 좋고, 방은 따뜻하고, 침대는 편안하니 푹 잘 쉴 수 밖에 없다. 휴양지로 정말 제격인 곳이다.
No WiFi Zone
다 좋았는데, 영덕 연수원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WiFi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상치 않게 데이터를 많이 썼는데, 속도는 나름 잘 나왔다. WiFi가 없다니... 가능하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자연을 즐기며 쉬라는 취지인가 싶으면서도, 각 방에 TV를 놓은 의도는 알 수가 없다. 임직원 가족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일까. TV는 위성을 사용하는지 매우 느리고 채널도 한정적이지만, 그래도 왠만한 채널은 나와서 저녁 시간이 무료하지 않았다.
부산역 바로 건너편엔 차이나타운이 있다. KTX를 타고 부산에 가든,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가든, 아니면 차를 타고 부산에 가든, 어쩄거나 부산에 가면 대부분 해운대로 직행하기 때문에 부산역 근처에 차이나타운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부산을 자주 방문하면서 새로운 장소를 가고 싶어져서 생긴 일이다. 그래서 복고 느낌으로 뜨고 있다는 초량을 방문했다가 해운대로(!) 가기로 했고, 그러다 찾게 된 게 부산역 건너편 차이나타운에 만두 맛집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신발원>과 200여미터 거리에 <미* 만두>라는 곳도 있어서 어딜 가볼까 고민했었는데, 가게 앞의 긴 줄을 보고 <신발원>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내 앞의 대기가 10여팀 정도인 것 같아서 30여분을 예상하고 줄을 섰는데 오판이었다. 기다릴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께 미리 조언드리자면, 이 가게의 안은 생각보다 작고 (최대 약 15여명 앉을 수 있을 정도), 미리 주문을 했지만 주문량이 많아서인지 만두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포장 주문을 해도 20여분을 기다려야하는 것 같았다. 나같은 경우엔 최종적으로 1시간 대기, 첫 만두는 자리 앉은 후 5분 후 나왔고, 마지막 만두는 그보다 3분 뒤에 나왔다.
차이나타운의 중국(만두)집답게 금색 한자로 씌여진 빨간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도, 백종원 3대천왕의 영향인지, 맛집이라 장사가 잘 되어서인지, 가게는 리노베이션을 거쳐서 겉도 안도 깔끔했다. 깔끔한 하얀 벽을 보고 있자면, 요새 지어진 카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한켠에 백종원의 3대천왕 현판와 사인이 있는데, 총 2번(23회, 51회) 소개됐다고 한다.
대기 명단에 메뉴 주문도 적으라고 하는데 고민하다가 신기해보이는 콩국, 그리고 맛있다고 추천한 군만두, 고기만두, 새우교자를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배가 고파져서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양이 많을 것 같아서 참았는데, 잘 한 것 같다. 배고픈 상태서 먹으니 생각보다 배가 빨리 불러왔다던 것 같다.
콩국은 조금 신기한 맛이었다. 콩국이다보니 두부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국의 색깔만큼 맑으면서도 고소했다. 함께 나온 튀긴 빵을 국에 동동 띄워서 같이 먹는데 신기했다. 먹어보신 적이 없다면 한번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다.
군만두가 가장 먼저 나왔는데, 뜨끈뜨끈하면서 바삭바삭해서 너무 맛있었다. 호호 불어가면서 이쪽 소스 저쪽 소스 찍어서 맛 보았는데 개인적으론 오른쪽의 간장 소스가 군만두와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그리고 고기만두, 새우 교자 순으로 나왔다. 고기만두는 한입 베어물면 육즙이 탁- 터져나오기 떄문에 조심스럽게, 육즙 한방울도 놓치지 말고 잘 먹어야한다. 새우 교자는 도톰한 새우가 들어가 있어서 씹히는 맛이 좋다.
든든하게 먹고 나니 좀 정신을 차리고 하나하나 맛을 다시 보았는데, 나의 취향은 군만두 > 새우 교자 > 고기만두 순인 것 같다. 바삭한 군만두 맛은 한국에서 이정도 퀄리티를 낼 곳이 많지 않을 것 같고, 고기 만두는 육즙은 맛있었으나, 만두 속 자체는 생각보다 평범했던 것 같다. 다음에 간다면 군만두와 이번에 맛보지 못한 만두를 시도해볼 것 같다.
부산역에서 넉넉히 시간을 보낼 수 있으시다면 (평일은 줄이 짧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신발원에 꼭 방문해서 만두를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제주 캐슬렉스는 골프장을 이용하는 회원들을 위한 골프텔이다. 지인이 회원권을 갖고 있어서 몇 번 이용했었었다. 올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제주도 숙소 가격이 천차만별이었고, 가족 여행이다보니 크기가 넓은 캐슬렉스 골프텔에서 머물러도 좋을 것 같았다.
위치 : 골프cc가 많은 인덕면
캐슬렉스에 갈 때마다 느끼는데 주위에 골프cc가 참 많다. 아덴힐, 에버리스, 엘리시안, 블랙스톤, 핀크스 등등. 그래서 예전엔 주위에 정말 뭐가 없었다. 음식점도 없고, 관광지도 없고, 그래서 골프를 칠 게 아니라면 이 숙소를 굳이 추천할 이유가 없었다.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주위에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곳에 위치해있기에, 각 개인동에서 나오면 바로 주차장이라 다른 사람을 마주칠 필요가 없어서 바이러스 위험을 조금 줄이고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사이에 주위에 카페가 생겼다. 걸어올라갈만한 유명한 오름들과 사진 찍기 좋은 장소들도 있다. 게다가 골프장이긴 하지만, 잔디와 나무가 잘 가꿔진 초록초록한 전망을 바라보자니, 이것도 꽤 괜찮은 휴양이구나 싶었다.
룸 타입 : 52평형 그랜드 스위트 (방 2개 - 싱글 4, 화장실 2개. 거실 겸 주방)
총 3가지 타입(34평, 52평, 81평)이 있는데 그 중 중간 사이즈인 52평형 그랜드 스위트에 머물렀다. 방 2개에 욕실과 샤워시설이 있는 화장실이 각각 딸려 있고 작은 방과 거실을 분리할 수 있는 미닫이문도 있어서 두 가족이 함께 머물기에 좋은 구조이다. 그리고 여행 중의 목욕은 피로를 풀기에 참 좋다. 그런 점에서 각 방에 욕조 딸린 화장실이 있는 건 플러스 요인이다. 침대도 푹신해서 좋았다.
거실은 넓고 좋지만, 부엌이 취사가 불가해서 그런지, 부엌도 냉장고도 크기가 작다. 식기구와 4인용 식탁은 있지만 살짝 빛 좋은 개살구같은 느낌이다. 배달시키기도 애매한 위치라 나는 외식하거나 포장해 온 음식을 먹었다.
처음으로 1층 객실을 배정받았는데 1층이라 그런지 습기가 좀 있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발리에서의 악몽이 생각났다 (하기 참고). 다행히 발리와는 달리 에어컨과 습기 제거를 번갈아 열심히 돌렸더니 객실이 곧 쾌적해졌는데, 나갈 때는 반드시 에어컨을 꺼야해서 다시 이 작업을 해야하는게 조금 불편했다. 가능하면 1층 객실은 피하시길 추천한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많이 노후했을 거라 예상해서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나름 깨끗하게 관리를 하고 있어서 큰 불편함 없이 잘 다녀왔다. 저녁엔 바깥이 깜깜해서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건너편에 건물이 없으니 안심이 되기도 했고, 아침부터 햇살이 내리쬐는 골프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평화롭기도 했다. 아침 일찍부터 골프를 치시는 분들이 많긴 했지만, 홀과 숙소의 거리가 나름 있어서 소음이 들릴 정도는 아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공항에 가야해서 공항 근처 호텔을 알아보았다. 제주시에는 꽤 많은 호텔이 있는데 비교적 최근에 지어져서 깨끗해 보이는 호텔 시리우스에 1박을 했다. 결론적으로 제주공항 근처의 가성비가 좋은 호텔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족했다.
룸 타입 : 슈페리어 패밀리룸 (방 1개 - 더블 1, 싱글 1, 화장실)
룸 타입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온돌룸과 스위트룸을 빼고는 크기도 스타일도 비슷한 것 같다. 방 크기가 조금 작은 느낌이 들었지만, 작아도 갖춰야할 건 오밀조밀하게 다 갖추고 있었다. 싱가포르 호텔 미(Hotel Mi)에 숙박했을 때도 느꼈는데, 최근에 지어지는 호텔들은 방 크기를 작게 빼는 대신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공간 활용에 공을 쓰는 듯 하다. 여러날 숙박하는 거라면 고민해보겠지만, 하룻밤은 괜찮은 것 같다. 안타깝게도 저층을 배정받아서 맞은 편 다른 건물 전망이었다. 창가에 다가가면 사잇길로 저 멀리 바다가 얼핏 보이기는 했으나 티 테이블 근처 공간이 조금 좁은 느낌이라서 딱히 이용하지 않았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방 곳곳에 콘센트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침대 옆에 USB C 타입을 포함 3가지 타입의 충전기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침대 스탠드나 따로 갖다둔 화장용 거울 디자인이 깔끔한 객실 디자인과 어울리지 않는 듯 했지만 이용하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객실 슬리퍼가 따로 있었고, 화장실의 어메니티도 샴푸, 린스, 바디워스, 바디로션 등 기본적인 건 있었다. 일회용 칫솔과 치약은 없었으니 꼭 챙겨가길 바란다.
인터넷 : 저녁에 조금 느려졌으나 쓸만했음
처음에 객실번호로 접속을 한번 해야했고, 저녁에 조금 느려졌으나 전반적으로 쓸만했던 것 같다.
실내 수영장 : 7시~9시 운영(마지막 입장 8시), 1인 1회, 자쿠지 있음
12층에 피트니스 센터, 탈의실 및 샤워실, 실내수영장이 같이 있다. 10평 남짓한 작은 사이즈의 피트니스 센터였음에도 우한 코로나때문에 에어컨은 가동 중이었지만 문도 다 열어두어서 그 안에서 운동하면 더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패스하기로 했다.
수영장은 투숙기간 중 1인 1회 이용이 가능한 이용권을 따로 준다. 1박 이상 숙박할 계획이라면, 예약 전에 1박당 1회인지, 투숙기간 동안 1회인지 한번 더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호텔에서 머물면서 유일하게 서비스가 별로였던 곳이 수영장 체크인 데스크였다. 체온을 재고 객실번호를 적고 들어가는데, 불친절하고 프로세스도 느렸다.
실내 수영장은 전망이 좋았다. 멀리 제주공항이 보이고 그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노을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름 때문인지, 아니면 서향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각만큼 뚜렷한 노을을 보지는 못 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색이 변해가는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건 좋았다. 요새 유행하는 인피니티 풀은 아니라도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즐기기 좋은 수영장 같다. 사람이 앉아있어서 찍지 못 했지만 한쪽에는 유아용 풀과 자쿠지도 있어서 편안하게 즐길 수도 있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면서 데스크에 요청하면 샤워용 수건을 준다 (입장전에는 주지 않는다). 탈의실에는 샤워실, 드라이기, 샴푸 겸 린스, 바디워시, 그리고 수영복 탈수기도 있어서 간단하게 씻기 괜찮을 것 같다.
이 음식점은 "생생정보"에도 소개됐고, "수요미식회"에도 나와서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맛집이다. 그래서 성수기 점심시간에 몰리는 시간에 가면 1~2시간 대기가 기본이라고 들었다. 그 명성을 알려주듯 음식점 맞은 편에는 대기실 건물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나는 저녁에 방문해서인지, 조금 늦은 저녁 시간이라 그랬는지, 줄을 서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도 식당 안에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있었던 것으로 보아 기다릴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방문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고사리 육개장이 유명하다고 해서 고사리 육개장을 시키고, 그래도 상호명에 해장국이 들어가니까 해장국도 시켜보고, 그렇게만 달랑 먹자니 좀 심심한 듯 하여 녹두빈대떡도 시켰다. 보통 이렇게 시키면 전이 가장 먼저 나오는데, 녹두빈대떡이 가장 늦게 나왔다. 대신 방금 부치셨는지 뜨끈뜨끈하고 부드러워 참 맛있었다. 전통적인 녹두빈대떡이 무슨 맛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정도면 꽤 맛있는 녹두빈대떡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하고 싶다.
고기를 결대로 찢어 나물들과 푹 끓여서 부드럽게 먹을 수 있는 육개장을 좋아하는 편이다. 얼큰한 육개장도 좋고 맑은 육개장도 좋아하고, 심지어 고사리 반찬도 좋아한다. 그래서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었지만 자신있게 고사리 육개장을 시켰다. 그래서 처음 보는 비주얼에 조금 당황했다. 빨간 것도 아니고 맑은 것도 아닌, 흙탕물 색깔의 이상한 국물이 나왔기 떄문이었다. 그 위에 뿌려진 고춧가루와 파와 깨를 보니, 섞어서 먹으라는 것 같은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섞었는데, 국이라기엔 너무 걸쭉하다. 게다가 섞어도 비주얼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로, 무슨 맛이 날지 상상이 안 가는 색을 띄고 있었다.
그래도 맛있다는 권유에 한입 조금 떠서 먹었는데, 무언가 진한 국물 맛이다. 마치 사골처럼 푹 고아서 끓인 맛이 난다. 그래도 약간 심심한 듯하여 밑반찬을 하나씩 얹어서 같이 먹었는데, 와, 부추무침과 환상의 조합이었다. 반찬은 처음 한번만 가져다주시고 그 뒤로는 내가 가져다 먹어야하는 것 같은데, 이 부추무침 때문에 두 세번은 일어났던 것 같다. 내가 특별히 부추무침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 그렇지, 오징어젓갈도, 깍두기도 맛있다. 반찬 하나하나가 고사리 육개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간이 잘 되어있어서 무엇과 같이 다 잘 어울린다. 이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맛있는 반찬을 찾아보시길.
결국 처음의 그 거리감이 무색할 만큼 국도 한입, 밥도 한입, 부추김치도 한입,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이 맛에 사람들이 찾아오는구나, 싶었다. 알고보니 제주 고사리가 맛과 품질이 뛰어나고, 예전엔 잔치때 해먹었던 음식이라는데 왜 그랬는지 인정할만 했다.
같이 시킨 해장국도 시원하고 맛있다. 하지만 나처럼 고사리 육개장을 먹어본 적이 없다면,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제주도의 별미를 맛보고 싶다면, 고사리를 좋아한다면, 육개장을 좋아한다면, 고사리 육개장을 먹어보라고 하고 싶다. 이렇게 얘기하니 내 입맛도 이제 점점 아재스러워지는 것 같다 싶다가도, 그래, 한국인이 어디가겠나 싶기도 하다. 제주도에 오면 찾아올 밥집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시애틀은 잠깐 들러보기로 한 도시라서 많은 것을 담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은 먹어야지 싶어서 씨푸드 맛집을 찾아보았다. 시애틀에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한 끼라는 설명에 지인이 추천해준 곳인데 원래 줄을 서는 맛집이라고 들었다. 시애틀에서 한번쯤 가봐야할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 근처라서 가보기로 했는데, 내가 찾아간 날은 평일 늦은 저녁이었던지라 대기 없이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기는 없었지만 식당 안은 이미 들어와 있던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서 기대감이 다시 높아져갔다.
메인 요리인 팟과 파스타를 먹어보기로 했다. 먼저 나온 식전빵과 버터가 맛있다. 늦은 저녁으로 아우성치던 뱃속을 가라앉혀주는 듯 했다.
이 곳의 메인은 최소 2인분 이상 주문 가능하고 인당 가격을 받는데, 최소 25.95불(The Cove)부터 시작한다. 취향에 따라 씨푸드 종류가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데, 당시 뭘 시켰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느 팟이든 옥수수, 감자, 조개 등은 기본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귀여운 나무 망치와 함께 각종 씨푸드가 우리네 양푼이 비빔밥이 담겨있을만한 팟(Pot)에 한가득 푸짐하게 담겨져서 온다. 그리고 하얀 종이가 깔린 테이블에 그대로 부어준다!
테이블 위에 접시 없이 한가득 쌓인 씨푸드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자연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분명 식전빵을 먹을 때만 해도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했었는데, 갑자기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갑각류를 깨기 위해 망치를 사용하고, 파스타를 먹기 위해 간간히 포크를 사용하긴 했지만, 그건 정말 잠깐잠깐이고, 집게 다리도, 조개도, 옥수수도, 감자도 손으로 집어 먹고 뜯어 먹고 발라 먹는다. 그다지 우아해보이진 않을 수 있지만... 왜일까. 그렇게 편하게 먹기 시작한 저녁 시간이 꽤 유쾌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일찍 와서 레스토랑 바깥 풍경도 보면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파스타는 생각보다 조금 아쉬웠다. 씨푸드를 못 먹는 사람이 있다던가, 파스타가 정말 먹고 싶다면 먹어도 괜찮긴 한데, 씨푸드가 워낙 양도 많고 맛도 있어서, 가능하면 씨푸드를 먹어봤으면 좋겠다.
<For Your Information>
운영 시간 : 매일 11a.m.-9p.m. (금/토는 9:30p.m.까지, Happy Hour 3p.m.-6p.m.)
주소 : 1301 Alaskan Way Pier 57, Seattle, WA 98101, United States
호텔에 가면 가능한한 호텔 조식을,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침에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빵과 커피를 챙기는 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해외에서 시차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경우를 빼고는 아침은 호텔에서 늦장부리는 게 편하다. 그래서 아침부터 조식을 먹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가는 일은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잘 없었는데 요새는 우한 코로나로 인해서 호텔에서 조식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있더라도 뷔페는 조금 꺼려지고, 룸에 배달되는 도시락은 (아직 이용한 적은 없지만) 방에 냄새나는 것 등을 생각할 때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해운대 근처에 아침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는데, 의외로 아침부터 문을 여는 (또는 24시간인) 맛집이 꽤 있었다. 그 중에서 파라다이스 호텔과 가장 가까운 이 음식점을 가기로 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옆 건물은 팔레 드 시즈 1층에 위치한 건물로, 횡단 보도 하나만 건너면 된다. 마침 비가 오던 아침이었으나 가능한 비에 젖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거리에 만족했다. 그래서 다음에 다른 호텔에 숙박했을 때도 또 갔는데, 비가 아주 많이 오면 횡단보도 근처에 물이 좀 고여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란다 (즉,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슬리퍼나 조리가 유용할 것이다 ^^)
메뉴판에서 알 수 있듯이 전복이 들어간 다양한 음식이 있다. 그래서 어른부터 아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조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 실제로 매장에 앉아있으니 포장 주문도 매우 많았고, 가족, 연인, 어르신들, 젊은 부부들 등 다양한 사람이 찾아왔다.
내가 먹어본 음식은 전복죽과 전복 콩나물해장국인데, 만족스러워서 재방문시에 똑같은 메뉴를 또 먹었다. 전복죽에도, 또 전복 콩나물해장국에도 전복이 알차게 들어간 느낌이라 좋았다. 그리고 나이가 드니, 역시 한국인인가. 비오는 아침에 뜨끈뜨끈하고 순한 전복죽으로 속을 달래니 몸도 따뜻해지고 속도 든든해지고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매콤한 해장국이나 전복라면은 술 마시고 다음날 해장하기에도 딱 좋을 것 같다. 앞으로도 해운대에, 특히 파라다이스 호텔 근처에 숙박하게 되면 찾아갈 맛집이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건, 방문 시간에 따라 음식 나오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첫 방문시에는 8시 30분쯤 갔는데 포장 주문 고객이 많아서인지 음식이 나오는데 의외로 2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두번째는 10시쯤에 갔는데 5분만에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우리 뒤로 줄줄이 손님이 들어온 것으로 보아 아마 그 분들은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것 같다.
단체 여행객이라면 2층에 넓은 자리도 마련되어 있으니 미리 예약을 하시길 권한다. 아무래도 여행객들이 어느 시간에 오는지 다 예측할 수는 없으니, 시간을 아끼고 싶으시다면 방문 전에 메뉴를 예약해서 여유롭게 잘 드셨으면 좋겠다.
<For Your Information>
운영 시간 : 매일 6:30a.m.~11p.m.
주소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24 팔레드시즈 (중동 1124-2)
※ 주소를 찾아보니 센텀점도 있다.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센텀점 근처에 계신다면 먹어봐도 좋을 듯
제주는 오랜만이었다. 국내선에서 이제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걸 깜빡하고 점심을 거른 채 비행기를 탔는데 1시간여의 짧은 거리를 가는 동안 배가 너무 고파졌다. 숙소 근처에 알아본 맛집이 많았으나 그 때까지 참지 못할 것 같아 제주공항 근처의 맛집을 서둘러 알아보았는데 간단히 먹을 만한 음식점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지인이 예전에 갔던 곳이라며 고기국수 맛집 "삼무국수"를 추천해주었다. 그러고보니 제주도하면 으례 갈치구이나 흑돼지만 먹었을 뿐 딱히 향토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어서 고기국수를 먹어보기로 했다.
제주공항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삼무국수는 삼무 공원 근처의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동네에 있는 건물이라 그런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동네를 조금 빙빙 돌았다. 가게에 들어서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앉아있었다. 내가 갔을 땐 자리가 비어있었는데, 혹시나 대기를 한다고 해도 테이블 회전율이 빠른 편이니 기다리길 추천한다.
고기국수는 돼지고기 사골을 우려낸 고기육수로 만든 국수라고 한다. 소개글에도 나와있듯이 일본 돈코츠라면이 생각난다. 나에게 돈코츠라면은 춥고 배고픈 시절에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영혼의 음식 중 하나라서 고기국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뭘 먹을지 고민을 했는데 고기국수만 먹는 건 심심해서 다른 메뉴도 다양하게 시켜보았다.
메밀만두는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시켰는데, 가장 늦게 나왔다. 만두가 늦게 나올 이유가 딱히 없는데, 아마 내가 시켰을 때 만들어둔 만두가 딱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미 국수를 먹고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어서 그런지 맛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에는 고기가 두둑이 들어가있다. 고기 잡내에 민감한 편인데 그런 냄새가 하나도 나지 않아서 좋았다. 비행기를 타고 와서인지 고기국수의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 맛이 꽤 괜찮았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론 돈코츠라면의 기름지고 걸쭉한 국물이 더 좋은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한 취향 차이라 어쩔 수 없는 듯.
비빔국수는 새콤달콤했고 맵지 않아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운 비빔국수를 원하신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살짝 자극적인듯한 비빔국수가 고기국수보다 더 맛있었다. 그런데 느낌 탓인가, 비빔국수가 고기국수보다 양이 더 적은 느낌이다. 아니면 맛있어서 너무 듬뿍듬뿍 먹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멸치국수도 육수가 시원하다. 고기육수를 싫어하는 지인이 있어서 시킨 메뉴인데, 국물이 시원하다며 굉장히 만족해했다. 그냥 멸치육수인 것 같으면서도, 고기육수와 번갈아 가면서 함께 먹으니 나름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의외로 국물을 끝까지 다 먹었던 건 우리에게 익숙한 맛인 멸치육수였다. 하핫.
제주공항 근처에서 저렴한 가성비의 음식점을 찾을 때, 아침에 조식 먹을 식당이 마땅치 않을 때, 야심한 시각에 야식을 먹을 장소가 필요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삼무국수에서 다양한 종류의 국수를 즐기면 좋을 것 같다.
경주는 신라 유적지가 많아서 밤이면 고요하게 어둠이 흐를 것 같지만, 의외로 유적지와 어울리는 조명이 켜지면서 낮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야경 명소들이 있는 도시다. 게다가 자연과 어우러진 한옥 건물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도시의 번쩍번쩍한 네온사인과 고층 건물이 보여주는 야경과 달라서, 나는 경주의 밤을 거니는 것을 좋아한다.
1. 보문호수 산책로
숙소가 보문호수 근처라면 접근성이 매우 좋다. 호수와 호텔 사이에 이어지는 산책로는 낮에도 좋지만, 밤에는 다양한 조명이 자리하고 있어서 가족들에게도 연인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호텔에서도 조경과 어울리는 조명을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앉아서 차를 즐기기 좋은 카페도 있다. 그래서 추천 코스는 힐튼호텔~라한셀렉트 사이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인적도 드물고 가로등만 불을 밝히고 있어서 밤에 걷기엔 조금 심심한 것 같다.
2. 동궁과 월지 (구. 안압지)
주소 : 경북 경주시 원화로 102 안압지 (지번 : 인왕동 517)
낮과 밤이 확연히 다른 유적지 중 한 곳이 바로 이 동궁과 월지(구. 안압지)가 아닐까 싶다. 일단, 낮에 방문하는 것은 비추천한다. 특히 여름에. 덥고, 밤에 비해 웅장함이 반감된다. 반면, 이미 낮에 방문하여 실망하셨다면 꼭 밤에 가보았으면 좋겠다. 단촐해보였던 낮의 그 건물이 밤에는 노오란 불빛과 함께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쨍한 햇빛과 함께 낮에 그저 덥기만 했던 기나긴 산책로가 동궁과 월지의 매력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길이 되어 좋아진다.
다만, 여름밤이나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등 떠밀리듯 산책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3. 첨성대
주소 :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동궁과 월지에서 걸어나오면 공원이 보이는데 왼쪽으로 가면 경주 월성, 오른쪽으로 가면 첨성대다. 개인적으론 월성보다 첨성대를 추천하는데, 월성에 가면 살짝 높은 곳에서 경주를 볼 순 있지만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가야하는 노력에 비해 월성 자체의 야경이 심심하다. 첨성대는 평지에 있고, 동궁과 월지에서 넉넉잡아 도보로 15분정도, 차로는 3분정도면 도착한다.
초등학생 때 처음 첨성대를 봤을 때 교과서에서 보던 사진에 비해, 그리고 이 건물이 주는 의미에 비해 그 크기가 참 아담해서 놀랐다. 그렇게 귀여운(?) 건물로 기억하고 있던 첨성대는 항상 낮에만 봤었는데, 처음으로 밤에 찾아간 첨성대는 고른 평지에서 혼자 우뚝 솟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아, 이 곳이 별을 보던 곳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낮에는 몰랐던 그 의미를, 밤에 깨닫게 된 곳이 첨성대이다.
4. 월정교 (& 교촌한옥마을)
주소 : 경북 경주시 교동 274
월정교는 2018년 4월에 복원 완료한 통일신라시대 교량으로 아마 경주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야경 명소일 것이다 (사진은 다리 양 끝의 문루를 한창 만들고 있던 2017년에 찍었다. 2개의 문루가 완성된 현재의 야경은 더 화려한데 개인적으론 문루가 없던 때의 소박한 월정교 야경도 좋은 것 같다). 다리 건너편엔 딱히 뭔가가 없지만, 흐르는 강물 위의 불빛에 이끌려 한번쯤 왔다갔다 하게 된다.
그리고 겸사겸사 교촌한옥마을도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불이 꺼진 조용한 한옥 동네를 거닐며 경주의 밤산책을 마무리하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