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2020. 10. 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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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여러번 방문해도 오름에 올랐던 적은 없었다. 워낙 갈 곳도 많고 할 곳도 많다보니 산을 오르는 "등산" 또는 길을 걷는 "산책" 느낌의 오름을 굳이 방문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사람이 많이 없거나, 밀폐되지 않은 공간을 방문하는 걸 선호하게 됐고, 제주도의 오름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언택트 여행지 중 하나인 것 같다.

그 중 금오름을 택한 이유는, 숙소에서 차로 10여분 거리로 무척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검색을 통해서 이효리와 아이유가 오르고, 이효리가 노래 "서울" 뮤직 비디오를 찍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더워지기 전, 오전에 오름을 오르기로 했는데, 오름 초입의 주차장(방문 당시 무료)에는 이미 주차된 차가 꽤 있었다. 쨍쨍한 해와 파란 하늘은 보기 좋았지만 곧 더워질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금오름에 대하여

금오름은 크게 고민 없이 주차장에서 정상을 향해 가서 한바퀴를 돌면 된다. 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따라서 계속 오르면 어느 순간 그늘 없는 길이 나오고 그대로 정상이 드러난다. 쉬지 않고 걸으면 10분~15분정도 걸리고, 크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높낮이 없이, 시작부터 정상까지 쭈욱 올라가기 때문에 체력에 따라 조금 힘에 부칠 수도 있으니 중간중간 쉬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금오름 올라가는 길

오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시원스레 제주도 풍경이 펼쳐진다. 오르기 전엔 단순히 서쪽에 있는 오름이라 일몰 명소이려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방이 뻥 뚫려있으니 걸리적 거리는 것 없이 제주를 느끼기기에 참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굳이 일몰이 아니더라도 좋았다.

금오름은 분화구 내에 산정화구호가 있다. 마치 백록담처럼. 예전엔 물이 많았다는 걸로 보아, 더더욱 백록담이 떠올려졌을 것 같다. 나는 오히려 조금 덜 채워진 듯한 화구호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 곁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말과 소들의 존재도 나에게 평화로움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금오름

산정화구호를 내려다보며 분화구를 한바퀴 돌면서 제주를 바라보았다. 제주의 동쪽, 북쪽, 서쪽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남쪽 방향은 또다시 위로 올라가야해서 잠시 고민했다. 산이라면 정상을 가보겠지만, 이 곳은 오름. 오르는 대신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금오름

가까이서 바라보는 산정화구호는 또다른 느낌이다. 작고 아담하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큰 화구호였다.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던 말들은 가까이 다가가니 꽤 크다. 그들의 평온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멀리 떨어져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발끝에 풀들이 스치고,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제주가 내 곁을 스친다. 사람들이 왜 오름을 오르는지, 금오름을 한번 오른 것만으로도 알 것 같았다.

금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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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안 Wis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