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우리나라2020. 7.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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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천장역 2번 출구 건너편에는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 덩굴이 뒤엉킨 나무 대문을 가진 모모스 커피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빨간 차광막을 달고 최근에 지은 듯한, 가게의 내부가 보이도록 유리로 전면을 만들고 테이크아웃을 기다릴 만한 앉은 자리와 메뉴를 마련한 건물이 있다. 그리고 2층은 빨간 테두리로 포인트를 준 건물과 무성한 나뭇잎들이 보인다. 겉에서만 보면, 각각 개성은 있는데, 부자연스러워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아니었다. 원래 있던 건물에 증축을 하다보니 이렇게 안 어울리는 건가, 라고 추측해볼 뿐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활짝 열린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달라진다. 마치 일본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집(실제 배경이 된 곳은 대만의 지우펀이다)과 같은 느낌이었다. 대문 안의 세상은 바깥과 180도 달라진다. 대나무가 길고 곧게 뻗어있고 돌 조각상, 석탑, 가지런히 놓인 그릇, 졸졸 흐르는 분수가 마치 세상의 모든 시름은 밖에 두고 평화로운 이 곳으로 들어오세요- 라고 초대하는 듯 하다. 겉에서 보기와 다르게 건물이 꽤 알차게 곳곳에 들어서있다. 본채도 2층으로 꽤 큰데, 대나무로 뒤덮은 별채도 있고, 그 뒤에는 멀리서부터 빵 냄새를 물씬 풍기는 빵 굽는 주방,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 건너편에는 물건을 적재하는 창고도 있다. 바깥의 부자연스러움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각각 다른 건물에 동양 느낌이 유기적으로 녹아들어서 마침내 하나의 공간이 탄생한 듯 했다.

오후 시간이라 사람이 많아서 별채에 빈자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본채 1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앉아있어보니 바리스타들의 커피 내리는 모습도 보이고, 카운터 창문 너머로 길가도 보이고, 옆으로는 대나무 정원과 별채도 보이고, 모모스 커피를 즐기기에 나름 괜찮았다.

커알못이라서 무얼 마실지 고민하다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시켰다. 이미 밖에서 빵 냄새에 유혹을 당했기에 빵도 꼭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꾸안아망과 무화과 파이를 골랐다. 2019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 우승을 했다고 하는데, 물론 그 바리스타 분들께서 직접 내린 커피는 아니겠지만, 교육을 받은 바리스타 분들이 만들어서 그런지 바닐라 라떼가 부드럽고 좋았다. 무화과 파이는 무화가를 씹는 맛과 빵이 잘 어울렸고, 꾸안아망은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한(겉바속촉) 질감과 버터풍미가 물씬 풍겨 참 맛있었다. 커피만 맛있을줄 알았더니, 빵도 맛있다. 부산에 이런 곳이 있는 걸 이제야 알다니-

다만 내 입장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위치인데, 온천장역 근처에 딱히 갈 일이 없다보니 모모스 커피를 가기 위해 따로 발걸음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체인점은 신세계센텀시티몰점만 있는 것 같은데, 어서 널리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아니면 적어도 부산의 유명한 관광지들 근처에라도! 그래도 앞서 이야기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세계에 온 듯한, 모모스 커피만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쯤은 본점도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메뉴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 아메리카노, 바닐라 라떼, 무화과 파이, 꾸안아망

 

<For Your Information>

주소 : 부산 금정구 오시게로 20 (지번 : 부곡동 873-98)

운영시간 : 매일 10a.m.-9:30p.m. (라스트 오더 : 9p.m. 카페치고는 일찍 닫는 편인 듯 하다.)

웹사이트 : http://www.m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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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안 Wise I's
가성비/우리나라2020. 7. 11.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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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는 몰랐지만) 부산 태종대의 수국 축제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올해 취소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해 활동에 제약이 생겼더라도, 바람과, 벌과, 나비와, 자연의 모든 것은 여전히 생동하고 있다. 그렇게 부산 태종대에는 올해도 어여쁜 수국이 피었고,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부지런한 인파를 피해, 해가 질 무렵 느지막히 태종대를 찾았다.

태종대 회전 교차로에는 친절하게 수국이 피어있는 장소를 안내하는 팻말이 있었다. 여행 블로거님은 조용한 산길을 추천했지만,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힘들 것이라는 주차 안내요원 분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여 잘 정비된 인도로 걸어올라갔다. 이미 태종대 다누비 열차가 끊긴 시간이었던지라 도로에는 간간이 차량이 한 두대 지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내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길이 넓은 편임에도 꽤 복잡했고, 일부러 사람이 없는 시간에 맞춰서 왔는데, 너무 많은 사람과 스치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어도 블로거님의 추천을 따를걸 싶었다 (이 생각엔 나중에 더 굳어진다).

태종대 수국은 대부분 태종사 근처에 피어있는 것 같다. 태종사 비석이 있는 곳부터 절이 위치한 곳까지, 위로, 위로 걷는 길에 수국이 한아름 피어있다. 비록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잠시나마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저마다 아름다운 색상을 뽐내는 수국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말들이 몇 군데에 걸려있었다. 따뜻한 말들을 보며, 그 앞에서 오랜만에 사진도 찍어보고, 그렇게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지친 마음을 달래보았다. 

돌아가는 길은 일부러 산길을 선택했는데, 딱딱한 콘크리트/보도블럭 길 대신에 나무가 우거진 흙길인 점이 좋았다. 그리고 그 길에선 산에서 쉬고 있던 딱 한 팀만 만났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혼자 거기엔 좀 위험할 수도 있으나, 나는 지인들과 동행했기에 호젓하게 우리들만의 시간을 즐기면서 산림욕을 할 수 있었다. 태종사에서부터 계속 내리막길이었으니, 반대로 올라올 땐 꽤 힘들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다음에 수국을 보러간다면 이 산길로 왕복을 해야겠구나 생각할 만큼 매력적인 길이었다.

꽃을 만끽하고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꽃을 좋아했던가. 또 언제부터 이렇게 꽃을 보러 길을 나섰던가. 후자부터 얘기해보자면 꽃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이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계속 기억하고 싶어서이고, 기쁨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이고, 한편으론 그정도로 삶과 시간에 여유가 생겨서 인 것 같기도 하다. 전자를 생각해보면, 각기 다른 꽃이 충실하게 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것에 반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사람이 어여쁘게 여기건 말건, 꽃은 정해진 순리대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워낸다. 때론 잘 가꿔진 정원에서,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큰 나무 밑 어두운 곳에서도, 길가 보도 블럭 틈새 사이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매년 돌아오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매년 피는 꽃이지만, 올해의 꽃이 작년의 꽃과, 또 내년의 꽃과 다를 것이기에, 한송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그리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언젠가부터 내가 만나는 모든 꽃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태종대 근처의 어느 집주인 분께서도 그런 꽃이 좋으셨나보다. 핑크색 건물 사진에 이끌려 구경 삼아 찾아갔는데, 집 앞에서 탐스럽게 활짝 핀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 수국들을 보니 저절로 손이 카메라로 향했다. 이렇게 아름답게 피기까지 누군가의 수고가 감사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수국과 깔맞춤하기로 선택한 집주인의 센스도 즐거웠다. 함박웃음을 짓고 사진을 연신 찍어대는데 누렁이(실제 이름 아님)가 유독 심하게 짖는 것이 아닌가. 조용한 동네에 민폐겠다, 싶어서 자리를 민망해하는데, 알고 보니 집 건너편에 서 계시던 분이 집주인이셨다. 주인 앞에 낯선 사람들이 다가오니 누렁이가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허허 웃으신다. 수국처럼, 누렁이도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연의 그 한결같음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위로를 받으며, 즐겁게 마무리한 태종대 수국 나들이길이었다.

 

<For Your Information>

핑크색 집 찾아가는 법 : '마린 리서치'와 '관음정사' 사이에 위치해있다. 대부분의 블로그에서는 '관음정사'를 찾길 추천하는데 살짝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마린 리서치' 건물 앞에 서면 바로 뒷편에 집이 보이니 이 곳을 네비게이션으로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좁은 골목길이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그리고 동네 주민 분들께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왠만하면 태종대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가자. 주차장 뒷편 문이 열려있으면 3분이면 도착할 것이고, 혹 닫혀있어서 빙빙 둘러간다고 해도 약 10~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출처 : 네이버 지도>

 

태종대 운영시간 : 매일 4a.m.-12a.m.

(단, 다누비 열차는 9:20a.m.-5:30p.m. 하산용 버스도 있다고 하니 방문 전 웹사이트 확인하기)

웹사이트 : http://taejongdae.bisco.or.kr/

 

태종대 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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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jongdae.bis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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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안 Wis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