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은 꽤 자주 간 편이었는데, 영도는 한번도 따로 간 적이 없는 듯 했다. 지나가다가 '저 다리가 그 유명한 영도 다리야'라는 말에 영도 다리만 흘끔 본다던가, 부산 어딘가를 가기위해 영도 근처를 스쳐지나간 적이 전부인 것 같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산의 유명한 관광지 태종대가 영도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분명 영도를 가보긴 했을텐데, 태종대만을 바라보고 갔더지라 영도는 기억에 없던 것이리라.
마침 블로그에서 발견한 영도의 어느 까페의 사진에 이끌려 이번 부산 방문의 목적지는 영도로 잡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부산 시내의 차가 많이 막혀서, 태종대를 잠시 들렀다가 까페 근처에 도착하니 이미 배가 출출한 저녁이었다. 고민이 되었다. 원래 가려던 까페 근처에 음식점이 두 군데였는데, 한 군데는 까페와 같은 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분식집이었고, 다른 한 곳은 얼마 전에 오픈한 피자/파스타 집이었다. 검색할 때 까페와 같이 뜨기도 하고 같은 업체에서 운영하는 걸로 적혀있는데, 주차 안내를 도와주시는 분과 까페 카운터에서 분식집만 알려주셔서 진짜 같은 업체에서 운영하는 건지 헷갈렸다. 아마 오픈한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아서였는지 홍보가 덜 된 거 같았고, 블로그 리뷰도 별로 없었던지라 그 주위를 뱅뱅 돌면서 고민했는데 그래도 배를 든든하게 하고 싶어서 피자/파스타 집 "영 도우(Young Dough)"를 들어갔다 (서두가 매우 길었다..).
위치/주변 & 전망
주소 : 부산 영도구 조내기로5번길 2 영도우 (지번 : 청학동 99-336)
"영 도우"는 전망으로 유명한 영도 까페 "신기**" 건너편에 위치해있다. 언덕길 모서리에 자리해 있어서 윗길은 3층 입구와 맞닿아 있고, 1층은 아랫길에서 들어갈 수 있다. 사진을 보면 바로 이해가 갈 텐데, 자동차 통행이 많은 길이라서 건물 전체 사진을 찍지 못 했다. 나는 1층 입구로 들어갔고, 유리창 너머의 주방에 계신 분들이 반갑게 어서오시라고 맞아주셨다. 레스토랑은 2~3층이고 방문한 날에는 2층만 운영하고 있어서 테라스 자리 중 한 곳에 앉았는데, 부산항대교가 보인다. 옆 까페보다 고도는 조금 낮지만 어디선가 바람은 불어오고, 멀리서 불빛이 반짝거리고, 건너편엔 독특한 까페 건물이 자리하고 있고, 왠지 외국 어느 거리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분위기에 취해 너무 감상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땐 그랬다. 좋았다.
3층은 아무래도 높으니 부산항대교를 더 높은 곳에서 또렷이 볼 수 있다. 다만 3층은 2층과 같은 테라스가 없고 창가 자리만 있어서, 여름밤 테라스 느낌, 그 감성에 취할 수가 없다. 대신 테라스의 모기 공격을 피할 수 있다. 2층에서 창을 다 열어놨던지라 2층 건물 안과 테라스는 별 차이가 없었을 것 같지만, 3층 창가 자리는 전망을 즐기면서도 모기를 조금 피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마 겨울엔 테라스를 운영하지 않을테니, 2층 창가 자리보다는 이 3층 창가 자리들이 가장 핫할 것 같다.
3층 입구 밖으로 나오면(즉, 윗길 입구 쪽에) 테라스 같은 공간이 있는데, 만약 창가 자리를 사수하지 못 했다면, 밥을 다 먹고 이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다.
맛 & 양
메뉴가 좀 고민됐다. 같이 간 사람이 점심에 이미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다녀온지라(그러나 분식을 먹기엔 배가 너무 고팠다) 최대한 메뉴가 겹치지 않았으면 했는데, 얼핏 보기에 평범한,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든 있는 메뉴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예를 들면, 불고기 피자, 하와이안 피자, 봉골레, 해산물 토마토 파스타, 베이컨 크림 파스타 등). 광교의 "소마 바이 네이쳐(SOMA BY NATURE)"처럼 다른 곳에서는 없는 메뉴가 있을까 꼼꼼히 보고 있는데, 눈에 들어온 것이 "영도우 피자"와 "청학동 파스타"였다. 영도우의 대표 피자 및 대표 파스타라고 당당히 적혀있었고, 무엇보다 새우와 깻잎이 조화를 이룬 파스타라고 하니 무슨 맛일지 궁금했다. 거기에 "버섯 샐러드"도 추가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모든 메뉴의 푸짐한 재료와 맛과 넉넉한 양에 만족했다 (가격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치고 합리적인 듯!). 제일 먼저 나온 버섯 샐러드의 비주얼은 생각보다 평범했는데, 버섯이 쫄깃쫄깃하고 드레싱 소스가 샐러드와 참 잘 어울렸다 (약간 오리엔탈 드레싱 느낌/맛이다). 사람에 따라서 약간 짜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영도우 피자"는 일반적인 동그란 피자가 아니라 사각형의 디트로이트식 피자로 피자 크러스트 부분이 거의 없다. 크러스트 부분을 싫어하는 분들이 은근 있어서, 갈릭 딥핑 소스도 찍어먹어 보고, 치즈나 고구마도 넣어보고, 얇게도 만들어 보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만들어졌는데, 아예 이렇게 크러스트가 없다시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오픈빨인지 모르겠으나) 치즈를 어찌나 듬뿍 뿌려주셨던지, 뜨끈하게 녹여 나온 치즈 가득 피자가 너무 맛있어서, 페퍼로니를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계속 손이 갔다.
압권은 "청학동 파스타"였다 (왜 청학동일까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동네가 청학동이었다. 도로명 주소로 검색해서 갔던지라 몰랐었음). 잘게 썰린 파아란 깻잎더미 (정말 "더미"이다) 속에 파스타가 곱게 말려있고 도톰한 새우 한마리가 올려져 있었는데 처음 보는 신기한 비주얼이었다. 깻잎을 조금 떼어내서 파스타 몇가닥과 먹으면서 신기한 조합이네, 생각하다가 이걸 아무래도 비벼서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깻잎뭉치를 들어올린 순간, 그 밑에 가득한 새우들을 깜짝 놀랐다. 새우 한마리는 정말 장식용이었고, 푸짐한 한 상이 감춰져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파스타 소스도 조금 가라앉아있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비벼서 푸욱 떠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깻잎의 향긋한 맛과 파스타 소스와 어우러진 면, 그리고 먹음직스런 새우까지, 이렇게 찰떡궁합일 수가! 더 신기한 건 분명 깻잎인지 알고 있는데, 먹을수록 허브향/맛이 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찌나 싱싱한지. 마치 뒷마당에서 기르던 허브를 떼어다가 파스타를 만든 느낌이었다. 깻잎과 파스타의 조화라니, 영도에서 새로운 걸 또 알아간다.
총평 (+서비스)
처음엔 도우(dough)를 피자 도우로만 생각해서 몰랐는데, 가게를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영 도우(Young Dough)"의 발음이 "영도"와 비슷하다. 와아- 청학동 파스타도 그렇고, 뭐랄까 영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듯한 작명 센스라 마음에 들었다. 영도에 다른 맛집을 가보지 않았으니 비교할 순 없지만, 만약 "신기*"을 방문할 예정이고 그 근처에서 밥까지 먹고 싶다면, 또는 부산항대교가 보이는 이탈리안 맛집을 찾고 있다면 "영 도우"를 추천한다. 왠지 곧 유명해질 것 같은데, 대기 걸리기 전에 가서 여유롭게 즐기고 오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위에서 언급한 테라스 모기와 더불어 아직 미흡한 서비스가 있다. 오픈 초기이다 보니까 서빙을 종업원 한 분이서 담당하셨는데, 주문 받으랴, 음식 나르랴, 결제 하랴, 정말 바쁘신 것 같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 한국식 '주문 벨'이 없다보니 필요한 걸 요청 드리려면 종업원 분이 홀에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게 유일한 불편한 점이었다. 그러나 매우 친절하셨던 건 맞고, 이건 시간이 지나가 일에 더 익숙해지시면, 그리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이 되고, 음식점도 자리를 잡아 어느 정도 고객이 확보되면, 일을 분담할 종업원 분도 더 생기게 될테니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For Your information>
웹사이트 : https://www.instagram.com/sinkipi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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