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우리나라2020. 6. 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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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급적 잠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자자는 주의라, 심야기차/심야버스/크루즈 경험이 적은 편이다. 특히 버스는 그 중 제일 선호하지 않는데, 얼마전,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심야버스를 타야될 때가 있었다. 심야버스를 안 타려고 아침 첫차, 기차, 심지어 비행기까지 알아봤는데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서 결국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타기로 내 나름대로의 타협안을 내놓았다.

처음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도입된다고 했을 때, 기껏 해봤자 끝에서 끝까지 5시간여정도면 닿는 이 작은 나라에서 굳이 돈을 더 주고 프리미엄을 탈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우등 좌석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생긴다는 게 괜찮다 싶기도 하고, 그렇게 반반이었다.

직접 타본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나름 매력이 있었다. 비행기 좌석처럼 터치스크린 모니터, 무료 와이파이, USB 포트, 휴대폰 무선 충전대, 음료수 거치대 등이 제공된다. 나는 심야라 이용하지 않았지만, 터치 스크린의 경우 미러링도 가능한 것 같았다. 무선 충전대는 버스가 자꾸 흔들려서 그런지, 무선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충전이 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전기 꺼내기 귀찮아서 요긴하게 잘 사용했다.

우등과 별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좌석이 꽤 넓다. 우등 28석보다 7석이 줄었다더니, 조금씩 앞뒤로 늘렸나보다. 180도 침대는 아니었지만, 의자가 160도정도 젖혀지고, 발받침도 꽤 올라오는 편이라 비행기로 치면 피하고 싶은 비즈니스 클래스, 즉, 미끄럼틀 좌석이 되었다. 나는 1인석에 앉아서 창가와 복도쪽 커튼을 쳤고, 2명이 앉는 좌석도 커튼을 양쪽으로 칠 수 있었다. 그래도 혼자탈 땐 왠만하면 1인석을 추천한다.

다음에 또 타라고 하면, 아마도 탈 것 같다. 가까운 거리면 모르겠지만, 대여섯시간 가는 거리는, 우등보다 가격이 많이 비싼 편도 아니고, 평일엔 할인도 적용되니, 좀 더 편한 여정을 위해 타볼 만한 것 같다.

하지만 프리미엄이 편한 것과 별개로, 심야버스는 역시 힘들다. 원래도 버스는 빨리 달리는 편이지만, 심야버스다보니, 어찌나 쌩쌩 달리시던지. 브레이크도 거칠게 밟아주시고. 흔들림 덕분에 자다가 몇번을 깼던 것 같다. 심지어 도착 시간을 보니, 예정 도착 시간보다 거의 40여분을 일찍 도착해서 시간도 살짝 떠 버렸다. 이정도로 버스가 빠른 줄 알았다면, 굳이 심야버스 타지 말고, 아침 첫차를 탈걸 그랬나, 싶은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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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안 Wis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