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토속적인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경주 맛집' 검색시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황리단길일 것이다. 몇년 전 방문 할 때만해도 황리단길엔 "교리 김밥"만 유명하고, 딱히 이렇다할 까페나 맛집이 없었는데, 그 사이에 핫한 맛집들은 대부분 다 황리단길에 오픈했다. 고즈넉한 한옥 마을, 그리고 교리 김밥만으로도 한번쯤 들를만 했는데, 이제는 그 고즈넉한 한옥마다 맛집과 까페가 들어서서 반나절 이상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게다가 근처에 야경 볼만한 월정교도 있으니 저녁 산책하기도 좋을 것 같다.
황리단의 많은 맛집 중 "시즈닝 (Seasoning)"을 선택한 이유는 파스타가 있으면서, 밥 메뉴도 있어서였다 (같이 간 지인 중에 꼭 밥을 먹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한식은 끌리지 않았으나, 밥이 있는 곳을 찾다 보니 피자, 면 요리 위주 맛집이 제외되었고, 시즈닝이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이른 저녁 시간 5시 반쯤 찾아갔는데, 이미 대기가 길었다. 서둘러 이름을 적고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여름의 대기실은 어떻게 운영할지 잘 모르겠다) 대략 40여분을 기다렸다. 예약도 되지 않는 곳이니까 대기 없이 음식을 드시고 싶으시다면 오픈 시간 때 쯤 가시거나, 브레이크 시간이 끝나기 좀 전에 방문해보시는 게 그나마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긴 대기 끝에 들어간 한옥 레스토랑 안은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위로는 튼튼한 서까래가 한옥을 느끼게 하면서도, 창가의 하늘하늘한 레이스 커튼이나 깔끔한 하얀 벽지가 안을 화사하게 느껴지게 했고, 노오란 조명 빛은 따뜻함을 더한 듯 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내 눈을 끄는 메뉴가 있었다. 바로 푸틴! 캐나다에서 맛 볼 수 있는 이 메뉴를 한국에서 보다니, 두 말할 것 없이 이 음식은 꼭 맛 봐야한다. 그 외에 파스타 2종류와 프라운 라이스를 시켰다.
양은 비록 적었지만, 오랜만에 푸틴을 맛 보며 감격했다. 보시다시피 감자 튀김에 모짜렐라 치즈와 소스를 얹은 (칼로리 높은) 간식인데, 캐나다에서는 주로 그래비 소스 (Gravy Sauce)를 올린다. 시즈닝에서도 그래비 소스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비 소스가 집마다 조금씩 맛이 다른데다가, 캐나다에서 맛 봤던 그래비 소스 맛과도 달라서 이건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물어보고 싶다.
매콤한 고추기름을 넣은 파스타는 느끼함이 싹- 없애고 먹을수록 한국 사람 입맛에 딱 맞는 맛이라서, 느끼한 것을 못 드시는 부모님이 있으시다면 추천하고 싶은 메뉴였다. 고추기름이 파스타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역시 맛집이 맛집인 데는 이유가 있다.
새우와 칠리소스로 맛을 낸 프라운 라이스도 맛있었다. 마치 카레처럼 소스와 밥이 반반 나누어져서 나온 플레이팅도 마음에 들었고, 밥을 찾았던 지인도 소스와 비벼먹으면서 만족해했다. 정말 시켰던 메뉴 모두가 다 성공해서 뿌듯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해외 여행이 어려운 요즈음, 그만큼 국내에 좋은 곳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올해에 경주에 가게 된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음식점이 바로 이 시즈닝이다. 그간 블로그의 리뷰도 많이 늘어났던데, 사진을 보며 생각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되는 곳, 다시 방문할 때도 그 맛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For Your Information>
운영 시간 : 매일 10:30a.m.-9p.m. (브레이크 : 3:30p.m-5p.m., 매주 화요일 휴무)
주소 : 경북 경주시 첨성로99번길 25-2 (지번 : 황남동 229-27)
웹사이트 : https://www.instagram.com/__seas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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