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우리나라2020. 10. 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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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중식이란, 특별히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쩌다 가끔 그 맛이 생각나서 먹는 음식이다. 가끔 그리우면서도 자주 먹지 않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기름진 그 음식들을 먹고 나면 속이 부대끼는 것 같아 한 끼 이상 먹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식 대신 쉽게 찾을 수 있는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도 기름진 음식들이 나오지만, 그와는 다른, 우리나라 중식 음식점만의 기름짐이 있다.

그래서 부산 해운대에서 꼭 가봐야하는 중식 음식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파라다이스 호텔 "남풍"을 추천했을 때도,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니까 나도 궁금해졌다. 게다가 전망도 좋다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저녁에 해가 일찍 지기 시작한다는 걸 깜빡하고 저녁 시간에 "남풍"을 찾아갔다. 그래서 멋있다는 바다 전망은 즐기지 못 했다. 7시부터 저녁을 먹기 시작했는데, 해가 그렇게 빨리 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나의 실수다. 허나 나보다 더 빨리 6시에 저녁 식사를 딱 시작한다고 해도, 생각보다 빨리 어두워지는 해운대 바다가 내심 아쉬울 것 같다. 그래서 전망을 즐기고 싶다면, 해가 길어지는 여름이라면 저녁도 괜찮겠지만, 점심 식사를 즐기시길 추천한다.

왼쪽 : 짜샤이 & 양배추 무침, 후식 / 오른쪽 : 짜장면 & 찍먹파의 탕수육

메뉴를 쭈욱 보고 내 기준에서 중식당의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남풍 짜장면과 제주도 흑돼지 탕수육을 시켰다. 주문을 한 후 따뜻한 차와 짜샤이 (또는 자차이), 그리고 양배추 무침이 나왔는데, 이 반찬을 먹을 때부터 감동이 밀려왔다. 짜샤이가 맛있으면, 그 중식당의 음식을 기대해도 된다는 "짜샤이 이론(?)"이 있다고 하는데, 왠지 예감이 좋았다. 어찌나 잘 먹었던지, 음식이 나오기 전에 한 접시씩 비워버려서 다시 가져다주셨다. 조금 민망해서 그때부턴 조금 조절하며 야금야금 먹었다.

탕수육이 먼저 나와서 고기를 먹어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잡내가 전혀 없이 바삭하고 고소했다. 나는 찍먹파라서 탕수육 소스를 붓지 않고 찍어 먹었고, 부먹파는 개인 접시에 소스를 잔뜩 부어 먹었다. 어찌 먹든간에 파인애플향이 나는 달짝지근한 소스는 맛있다는 데 동의했다. 고기만 따로, 소스만 따로 먹어도 이렇게 맛있을수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그러면서도 뒷맛이 깔끔했다.

그렇게 감탄하면서 먹고 있는데 짜장면이 나왔다. 면과 소스가 따로 담겨져있었고, 내가 미처 사진을 찍을 틈이 없이 웨이터 분이 따로 들고 온 소스를 면 위에 부어주셨다. 소스가 조금 남았는데 그릇을 가져가셨다. 이 때는 몰랐는데, 먹다보니 소스를 끝까지 탁탁 털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숟가락으로 다 퍼낼걸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왜냐하면 항상 짜장면을 먹을 때마다 면에 소스를 버무리는 용도(?) 외에는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기름진 춘장 소스가 아니라, 너무나 담백한 소스였기 때문이다. 먹어도 속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소스와 함께 너무 알차게 먹다보니, 오히려 나중에 소스가 모자란 느낌이었다. 내가 초반에 열심히 섞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릇에 남아있던 소스가 눈에 아른거렸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메론과 케익이 나왔다. 메론도 맛있고, 케익도 맛있다. 파라다이스 호텔 베이커리에서 왔겠지, 알고보니 여기가 케익 맛집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처음으로 짜장면을 먹고도 기름진 뒷맛이 남지 않아서, 중식을 먹었는데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반찬부터 후식까지 전반적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다른 음식들도 먹어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점심 시간에,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For Your Information>

운영 시간 : 점심 평일 12p.m.~2:30p.m. / 주말 12p.m.~3p.m.

               저녁 평일 6p.m.~9:30p.m. / 주말 6p.m.~10p.m.

주소 :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6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신관 3층

<출처 : 네이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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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안 Wis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