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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25 [랜선여행]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호수 인근 (Hallstatt, Austria)
취향의 발견2020. 8. 2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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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여행을 하지 못 해서인지, 그리고 무의식 중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서인지, 웅장하고 광활한 자연 환경을 그리워하며 그 속에 푸욱 빠지고 싶은 순간이 부쩍 많아졌다. 오늘 블로그에 나누고 싶은 사진은, 오트트리아 할슈타트 호수 관광을 마치고 지나가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멈췄던 곳의 풍경이다.

요새 나는 매일 일어나는 삶의 작은 어떤 것, 그러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어떤 것에 일희일비하며 지낸다. 전례없이 길었던 올 여름 장마로 인해 하루 종일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100m를 채 걷기도 전에 땀이 나게 하는 답답한 습도는 불쾌했고, 타오르는 듯 쨍한 햇빛에 눈이 절로 찡그려지기도 하고, 여름의 끝자락에 갑작스레 다가오는 태풍 소식은 마치 뒷통수를 맞은 듯 화가 난다.

매일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에도 이렇게 감정이 가벼이 움직이는데 하물며 예측할 수 없는 인간사는 어떠하랴. 잔뜩 기대하고 찾아간 오스트리아였는데 이 곳에서도 날씨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복병이었다. 분명 어제는 만연한 봄의 얼굴을 하고 나를 맞이했던 하늘이, 어느새 불온한 구름을 가득 품고 눈을 한웅큼씩 뿌려댔다. 폭설이었다. 덕분에 잘츠부르크(Salzburg)에서 시작한 나의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 대장정은 시작도 전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전망대, 온기가 사라진 관광지, 운행하지 않는 열차, 날씨에 맞지 않는 옷 등등, 갑자기 휘몰아친 겨울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면서도 온갖 희로애락을 느끼며 마음이 마치 성난 파도와 같이 출렁출렁 위아래를 넘나들곤 했다. 그런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 잔잔한 할슈타트 호수와 인근의 산을 덮은 눈자락을 보며, 내가 보고자 했던 아름다움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자연은 그렇게 자신의 자리에 덤덤하게 있었다. 그 곳에도 아침과 밤이 있고,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이 있고, 삶과 죽음이 있지만, 고요하게 미동도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러다가 어느 순간 조금씩 조금씩 변한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천천히 꾸준하게 싹도 틔고 꽃도 피우고 잎도 내고 열매도 맺고 조용히 잠이 든다. 매순간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과 끝이 있고 다시 또 처음과 끝이 있다. 이런 모습도 아름답다, 라는 생각도 들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 라는 생각도 든다. 한동안 내내 시끄러웠던 나의 마음이 대자연 앞에 잠잠해지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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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안 Wis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