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는 유명한 비치 클럽이 많이 있다. 예전에는 꾸따(Kuta) 지역의 비치클럽이 유명했으나 최근엔 스미냑(Seminyak)이나 짱구(Canggu) 지역의 비치클럽들이 해변가 근처에 위치하거나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워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나도 발리 여행 전에 비치클럽만 10여곳을 알아보았고, 느긋한 여행을 꿈꾸며 거의 1일 1비치클럽, 적어도 5군데는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여행은 역시 계획과 달리 흘러가는 것. 서핑 체험이 생각보다 고되어 오전에 서핑을 하면 오후에 비치클럽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방문한 비치클럽 중 한 곳이 스미냑 카타마마(Katamama) 호텔 근처에 위치한 포테이토 비치 클럽(Potato Head Beach Club)이었는데, 검색 빈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인기가 가장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비치클럽이 호텔 옆에 위치해서인지 입구에서부터 차량에 폭탄이 있는지 확인하고, 목적지를 묻어본다. 나는 그랩 택시를 타고 갔었는데, 내려주는 장소(drop-off)도 정해져 있어서 클럽까지 산책길을 조금 걸었다 (나중에 나올 때는 그랩 호출이 불가능해서 차로 이동했던 골목길까지 포함, 꽤 긴 길을 거슬러 와야했다).
산책로 끝의 오른쪽은 호텔, 왼쪽은 클럽으로 길이 나뉘는데, 흥겨운 노랫소리가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리고 마주한 둥그렇게 감싸안은 형태의 신기한 건축물. 그 곳으로 통하는 길엔 신발들로 만든 조형물이 있다 (서울의 헌신발 조형물이 생각나는데 그보다 규모도 작고 알록달록한 조리들이 풀밭과 잘 어우러져서 난 보기 좋았다). 점점 가까워지는 음악 소리를 따라 좁다란 통로를 들어가면 파란 바다와 수영장이 보이고, 푸른 잔디와 그 위에 자유로이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포테이토 헤드 비치 클럽 입장료는 없다. 그러나 어디에 자리를 잡고 싶은지에 따라 최소 주문 금액이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대략 3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바닷가와 가장 가까이, 프라이빗한 카바나는 800,000 IDR 이상을 주문해야하고 최대 6시간 머물 수 있다. 수영장 근처 데이 베드는 500,000 IDR 이상 써야하는데 가능한 앞자리 앉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외 2층을 포함한 다른 레스토랑 자리는 최소 주문 금액은 없다. 이렇게 인기 있는 비치클럽에 갈 생각이라면 일찍 움직였어야했는데, 나는 노을을 보는 게 주 목적이었던지라 해가 지기 전에만 가서 자리를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입장한 오후 5시 반쯤엔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차서 종업원은 에어컨이 있고 아시안 음식을 먹을 수 있는 2층을 추천해줬다. 하지만 아무래도 비치 클럽의 분위기를 느끼고 수영장도 가기 편한 1층이 개인적으론 더 좋은 것 같다. 비록 앉은 위치에 따라 햇빛이 뜨겁긴 하지만 해가 지면 바람도 많이 불어오는 편이다. 그리고 단체로 오면 데이 베드 자리가 괜찮을 것 같은데, 우리는 인원수도 적고, 이전에 방문한 비치클럽에서 다리를 쭉 펴는 자리에 앉아보니 음식 먹기가 은근 불편했던 점을 고려해서 의자가 있는 레스토랑 자리에 앉기로 했다.
비치클럽에 입장하면 자리를 안내해주는 종업원이 있는데, 종업원의 태도와 서비스는 사람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의 맡은 종업원은 상냥한 것 같으나 조금 무능한 편이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노을이 잘 보이는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침착하게 서서 빈 자리를 찾아 보고 있는데, 종업원은 옆에 서서 자꾸 2층을 권했다. 그러다 누군가가 계산하고 자리를 뜨는 것을 발견하고 그 자리로 가겠다고 말했는데, 자리를 치우러 가겠다고 하더니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접근하자 냉큼 자리를 주고 돌아오는 게 아닌가. 다른 손님에게 차마 가라고 얘기할 수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우리에겐 안된다는 말이 어찌 그리 쉽게 나오는지), 우리가 먼저 요청한 자리를 혼자 처리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끝까지 버텨서 결국 그 자리를 차지했다. 클럽을 즐기기도 전에 초반에 불필요한 곳에 힘을 너무 뺀 느낌이었다. 호텔 투숙객만 예약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예약이 불가하다면, 가능한 일찍, 또는 다른 자리에 앉더라도 미리 종업원에게 자리를 옮길 의사가 있음을 충분히 알려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본격적으로 노을을 감상하기 전에 저녁을 먹기 위해 서둘러 주문을 했는데 음식 양이 가격에 비해 많지 않아서 결국 이것저것 자꾸 추가하게 됐다. 다행히 음식은 다 맛있었다. 꽤 괜찮은 서양식이었다. 여담이지만 나중에 최종 금액을 보니 데이 베드 최수 주문 금액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조금 더 쓰고 편하게 데이 베드에 앉는 게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간단히 음료 한 잔만 할 생각이 아니라 나처럼 점심이나 저녁 한 끼를 먹을 생각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비싸고 좋은 자리로 가자. 일반적인 발리 물가보다 비싸지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곳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For Your Information>
주소 : Jalan Petitenget No.51B, Seminyak
웹사이트 : https://potatohead.co/seminyak/eat-drink/beach-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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