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면 다시 겨울이 왔구나, 하고 느낀다. 그리고 나는 캐나다에서 맞이한 겨울에서의 기억 때문인지 부쩍 차가워진 바람에 캐나다가 떠올랐다.
준비없이 마주한 캐나다의 겨울은 내 예상보다 매서웠다. 서울의 고층 빌딩 사이의 칼바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겨울이면 따뜻한 구들방에 누워 이불을 돌돌말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나는 알 수 없었던 추위였다. 그래서 바람이 스쳐갈 수 있는 부위를 최소화하고 나를 지켜보고자 온 몸을 꽁꽁 싸매보았지만, 눈은 어쩔 수가 없다. 살짝 맨 살이 드러난 얼굴이 바람때문에 갈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어느새 아무 감각이 없어지고, 그러다보면 눈가가 서서히 뻑뻑해지기 시작한다. 눈을 깜빡거리는데 필요했던 그 최소한의 촉촉함이 어느새 얼음같이 얼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건 마치 전화기 너머로 담담한 네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온기를 잃고 식어가는 내 마음과 같았다.
누가 들으면 남들과 비슷한 그저 그런 연애 이야기들 중의 하나일텐데, 그 당시 나는 그 담담한 목소리가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나의 마음은 너를 만났던 여름의 그 뜨거움을 그대로 갖고 있는데, 그저 나와 같지 않은 온도에 온 몸이 흔들거릴 만큼 나는 너를 믿지 못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정도로 네가 대단했던 건지. 세상과 우리를 둘러싼 그 무엇도 달라진 것이 없었고, 너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남들보다 길었던 나의 여름은 그렇게 끝났고 갑작스레 매서운 캐나다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겨울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되었다.
https://www.melon.com/video/detail2.htm?mvId=50143207&menuId=29010101
스탠딩 에그의 앨범 자켓 사진은 마치 캐나다의 겨울 호수 같았다. 눈이 내린 숲과 호수 위로 물안개인지, 눈바람인지가 하얗게 서려있다. 그리고 담담하게 혼자 서 있는 누군가. 그 뒷모습이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홀리듯이 나도 모르게 재생 버튼을 누르니 부서진 마음에서 새어나오는 간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빛을 잃은 내 맘에
내려앉은 그리움에
둘 곳 없는 기억에
오늘도 난 헤메이네
추억을 하나씩 더듬어 짚어가
I don't wanna say good bye now (miss u)
지워지는 기억보다 (miss u)
더해지는 게 많아 (miss u)
broken heart
눈구름에 가려져 흐린 하늘 아래, 꽁꽁 얼어버린 온타리오 호수 (Lake Ontario). 그 앞에서 온 몸을 때리는 세찬 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여러 생각들을 하며 속을 달랬다. 주위 사람들과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때때로 웃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이 점점 차갑게 가라앉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혼자가 아니었는데도 아무도 함께해줄 수 없었던 시간이 있었다.
노래 한 곡을 수백 번을 들으며 기억의 편린을 하나하나 다시 살폈다. 미처 추스르지 못 했던 마음을 다독였다. 노래가 이렇게 위로가 될 수 있구나. 괴로워서 외면하고 잊어버렸던 시간들이었는데, 다시 찾아가 볼 생각도 하지 못 했던 장소였는데, 이제는 노래 선율과 함께 자연스레 떠올리고 다시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 감정의 밀도가 옅어진 걸까. 마음의 크기가 작아진 걸까. 시간이 그만큼 지나가버린 걸까.
아직 나도 내 마음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마음을 위로해주는 노래를 찾았다는 것이, 그 노래를 들으면 떠올릴 장소와 추억이 있다는 것이, 이제는 조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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